신해철 사망(신해철 부검 결과)
오늘(11월 3일) 신해철의 부검이 있습니다.
언론은 천공의 유무가 수술 이전인지, 혹은 수술 이후인지를 계속 이슈화시키고 있고, 이에 대중들 역시 이것에만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무언가 좀 이상하네요.
사실 신해철 죽음의 본질은 '천공'이 아니죠.
신해철 유가족 사진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가수 신해철은 지난 10월 17일 장 협착증 수술을 받는데, 이후 복통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신해철과 유족들이 분노할만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윤원희(신해철 부인): "남편이 수술을 받은 다음날 아침 주치의가 저와 남편에게 수술 경위를 설명한다며 수술 영상과 사진을 보여줬는데, 수술 마지막에 위를 접어서 축소하는 수술을 했다는 것이다."
윤원희(신해철 부인): "우리는 수술 동의를 한 적도 없고 사전에 설명을 들은 적도, 그 수술에 서명을 한 적도 없어 거세게 항의를 했다."
신해철 소속사 관계자: "같이 있던 매니저의 증언에 따르면, 수술이 끝난 다음 의사로부터 나중에 위 축소 수술을 했다는 얘길 듣고 신해철이 화를 냈다고 한다. 보자기처럼 위를 접어 작게 만드는 수술이라고 했다."
신해철 아내나 매니저의 증언은, 한결같이 '환자 본인과 가족이 동의'한 적이 없었던 수술을 스카이병원(강세훈 원장)이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죠.
우리나라 형법상 신체에 대한 권리는 본인과 그 가족(본인에게 부득이한 경우에만)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신해철의 경우처럼, 의사가 마음대로 수술할 수가 없습니다.
스카이병원측은 왜 신해철에게 추가적인 수술을 했을까요?
(원래는 장협착 수술만 했어야 함)
일반적으로 '위 축소 수술'(위를 접어 작게 만드는 수술)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은 위절제 수술, 위우회 수술, 위밴드 수술로 나뉘는데, 고도비만 수술(일명 다이어트 수술)이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환자가 동의도 하지 않은 수술을 의사가 '실수'로 집도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합니다. 장협착 수술과 위밴드 수술은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죠.
혹시, 스카이병원 측은 신해철 몰래 위밴드 수술을 한 다음에, 홍보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요?(보통 협찬 수술을 할때는 홍보가 목적이기에, 신해철의 경우는 무료로 몰래 수술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근래에 뚱뚱해진 신해철이 자기 병원에서 다이어트 수술을 받고 날씬해졌다'라는 목적으로 말이죠.
이것은 유가족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추정이고, 경찰의 수사가 집중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도 언론과 대중은 '부검'에만 집중하고 있네요.
사실 부검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그 결과가 나왔고, 사후 확인 절차에 불과하죠.
신해철의 복부 CT(수술 이전에 촬영한 CT)를 유가족이 공개했고, 다른 외과전문의가 소견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외과전문의: "장 유착 수술 이전에는 천공이 발견되지 않았다."
즉, 수술 이전 CT에 없던 천공이 수술 이후에 발견된 것으로 보아, 수술 전후에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신해철 부검은 단순히 이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스카이병원 강세훈 원장 사진
그리고 오늘 부검 1차 결과 브리핑이 있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사망을 유발한 천공은 복강 내 유착을 완화하기 위한 수술 당시나 이와 관련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과수: "신해철이 생전에 위 용적을 줄이는 수술을 받았으며 천공이 이 수술 부위와 인접해 발생했다."
최영식(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 "천공이 생기는 원인은 주로 외상, 질병 등이 흔한지만 신씨의 경우 (위 용적축소) 수술 부위와 인접돼 발생했고 부검 소견상 심낭 내에 깨와 같은 음식 이물질이 발견됐다. 의인성 손상의 가능성이 우선 고려돼야 할 것이다."
(의인성손상 뜻: 수술 등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유발된 손상으로, 최종 부검이 완료된 후 故 신해철의 사인이 의인성 손상이라고 판단된다면 1차 응급 수술을 시행했던 서울 S병원은 의료 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됨)(의인성손상이란)
최영식(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 "최초 사인으로 알려졌던 허혈성 뇌괴사란 표현은 복막염이나 심낭염에 의해 변발된 것이다. 법의학적 사인은 복막염 및 심낭염, 그리고 이에 합병된 패혈증으로 우선 판단하고 있다."
최영식(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 "이번 결과는 1차 부검소견에 의한 것으로 추후 병리학적 검사와 CT 소견을 종합해 판단할 것이다. 이러한 검사를 한 후에야 최종적으로 의료 시술이 적정했는지, 1차 응급기관의 대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판단이 가능하다."
부검을 담당한 국과수의 입장은 대체로 신해철의 수술 전후로 천공이 발생했고, 최종 결론은 추후에 내릴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윤혜정(의사출신 의료소송 전문변호사): "천공 자체를 의료과실로 볼 수는 없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에 따라 수술 당시 천공이 어떤 원인으로든 발생했는지와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쟁점이다."
정준길 변호사: "자료도 병원 측이 가지고 있고 사후적으로 증거자료를 확보해야 하니 어려운 문제다. 법리적으로 보면 (유가족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 손해배상 책임을 해야 해서 상대방의 과실을 인정하게 해야 되는데 대부분 소송에서 환자 측이 패소를 해왔다."
정준길 변호사: "다행스러운 건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최근 입장을 바꿨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과실이 있다고 인정이 되고, 이전에 그런 결함이 없었는데 결함이 생겨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되면 의사 과실이 입증되도록 했다."
전문가가 현재 대법원의 분위기가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의료사고를 입증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입증하기가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대법원(2006년 판례):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의 병세가 악화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의료진이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를 했다면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
환자보다는 의사 입장에 가까운 사법 해석입니다.
의사의 세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죠.
그래서 매년 약 1100건 정도 벌어지는 의료사고 소송에서도 환자 측과 병원 측이 이기는 비율이 거의 비슷할 정도입니다.
(가장 최근인 2013년 경우 총 1143건의 소송중, 원고 일부 승소를 포함하더라도 환자가 승소한 경우는 326건, 패소한 경우는 306건입니다.)
게다가 의료과실이 명백한 경우, 법원은 6000만~8000만원을 기준으로 노동상실률을 계산해 위자료를 산정하고, 병원이 설명 의무를 위반했거나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친 경우는 절반 수준인 2000만~3000만원 선에서 위자료가 인정됩니다.
신해철 역시 이 정도 수준으로 위자료가 책정될 것 같네요.
대개 의료 소송의 경우 대개 몇년씩 걸리고, 일반인들은 그 내용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해철의 사망 역시 현재는 이슈가 되고 있지만, 1심, 2심, 대법원까지 가는 동안, 일반인들은 대부분 까맣게 잊고 말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단순한 의료 '사고'였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유가족은 슬픔에 빠져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환자 동의가 없었다는 부분'도 처음에 이야기하다가 부검쪽으로 옮겨갔죠. 이럴수록 주변에서 올바른 조언을 해줘야 할 것 같네요.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왜 '본인이 동의하지 않았던 위밴드 수술'을 병원측이 자의적으로 했는가 입니다.
이것은 경찰, 검찰 수사만으로 당장 밝힐 수 있는 사항입니다.
법원에서 지루한 '의료행위' 공방을 벌일 성질의 문제가 아니란 뜻이죠.
다시한번 말하지만, 경찰의 수사력은 스카이병원측이 '왜 환자 본인의 동의가 없는 수술'을 했는지에 집중해야 하고, 언론 역시 이를 즉각 대중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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